영어회화 학습과 관련, 어렵지 않게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책 읽기가 영어학습의 모든 분야에 도움된다는 것입니다. 반론의 여지가 없는 훌륭한 조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책을 읽느냐입니다.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서 그것이 영어 회화 실력 향상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지난 6년간 영어회화 학습을 하다 보니, 예전에 생각하던 것들과는 다른 생각들이 생겨납니다. 그 중 하나는, 예전에는 영어의 구성요소가 단어+문법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으로 있었고, 각 부분(단어, 문법)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이 영어학습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지금은 그 생각이 바뀌어 의미+의미가 영어학습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여기서 의미라 함은 의미단위 혹은 chunk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의미는 단어를 의미하기도 하고, 구절을 의미하기도 하며, 때로는 문장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단어+문법이 의미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를 사용하는 측면에서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단어도 어느 정도 알고, 문법 지식도 어느 정도 아는데 그것을 조합해 말을 하려고 하면 잘 안되기 때문입니다.
의미 속에는 그 문맥에 맞는 단어의 의미가 들어있고, 또 문법이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별도로 배우는 단어와 문법의 조합이 꼭 적절한 영어의 의미로 구성되지는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영어 학습이 별도의 단어 학습과 문법 학습을 넘어, 의미를 더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이 영어 책을 읽을 때는 어떻게 작용할까요?
우선 어렵지 않은 책은 의미 단위로 읽고, 이해하기가 쉬운 편입니다. 문장이 복잡하지 않고, 단어가 쉬우며, 설명하고자 하는 아이디어 또한 복잡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설사 문장을 읽을 때 아직 한국말로 바꾸는 습관이 있다 해도 쉬운 책을 볼 때는 어렵지 않게 한국말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려운 책을 읽을 때는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 장애물을 만나게 됩니다.
1. 문장을 의미별로 나누기가 쉽지 않다.
문장이 복잡하거나 단어가 어려우면 의미별로 문장을 나누어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의미별로 문장을 나누지 못하면, 결국 영어 문장을 앞뒤로 오가며 한국어 어순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2. 주변에서 흔히 접하지 못하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비원어민으로서 흔히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단어는 기억에 오래 남지 않습니다. 조금 지나면 잊어버리거나, 봤다는 기억조차도 남지 않을 수 있습니다.
3. 글자와 의미가 연결되나, 소리와 의미가 연결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학습자들이 책을 보며 생소한 단어 봤을 때, 사전이나 인터넷을 찾아 의미와 발음을 동시에 익히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또 매번 그렇게 하다 보면 내용 자체를 쫓아가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어려운 책에 나오는 단어는 눈으로 보고 대략 이해한다 해도 그 단어의 소리(발음)가 기억되기는 어렵습니다. 눈으로 보면 이해하는 단어인데, 귀로 들으면 이해를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4. 이해도가 떨어져 흥미가 떨어진다.
영어책을 볼 때는, 우리의 이해도에 따라 세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 내용을 이해한 경우, 이해한 것 같은 경우, 그리고 아예 모르는 경우입니다. 책을 볼 때 가장 흥미를 갖고 몰입하게 되는 것은 책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잘 쫓아갈 때입니다. 아예 이해가 안되거나, 이해하는 것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흥미와 집중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렵지 않은 영어책은 어떻게 골라야 할까요?
1. 저자의 글쓰는 스타일이 어렵지 않은 책으로 선택
같은 주제의 책이어도 저자에 따라 표현하는 방식과 사용하는 어휘가 다릅니다.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한, 두 페이지 정도 훑어 보면 자신에게 과하게 어려운 책이 아닌지 확인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문장을 너무 길지 않게 쓰는 저자의 책이 좋습니다.
2. 자신의 흥미를 갖고 있는 분야 중에서도 대중성이 있는 주제의 책을 선택
개인의 관심사와 취향은 꽤 다양하게 나눌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가 분명 있습니다. 이런 책을 읽을 때, 책에서 나온 표현을 실제로 사용해 볼 기회를 더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3. 두꺼운 책을 한번 보기 보다는, 얇은 책을 2~3번 본다.
읽은 것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는 책이라면 성취감도 더 높고, 다시 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될 것입니다.
4. 신중히 고른 책이어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과감히 다른 책으로.
바쁘게 생활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달 동안 읽을 수 있는 책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사실, 영어책이라면 한 달에 한 권 보기도 쉽지 않은 편입니다. 신중히 골랐지만, 자신의 생각만큼 흥미를 주지 못한다면 과감히 다른 책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2~3만원의 책 값이 아깝지만, 그보다 더 아까운 것은 시간입니다. 다른 흥미로운 책을 찾아 재미도 얻고, 영어 실력에도 도움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영어회화 책에 나오는, 상황 없는 영어 문장만을 고집하는 것은 학습 효과 증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습자에게 과하게 어려운 영어책 역시 영어회화 학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머리속에 영어의 의미 단위를 그려가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Effort First, Then Methods.
